2012년작 루퍼(Looper)
감독 : 라이언 존슨


암흑의 도시로 변해버린 2074년 캔사스.
‘시간여행’은 불법으로 규정돼 거대 범죄 조직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이용된다.
완벽한 증거 소멸과 시체 처리를 위해 미래의 조직들은
 제거 대상들을 비밀리에 2044년에 활동하고 있는 ‘루퍼’라는 킬러들에게 보낸다.
 어느 날, 완벽한 임무수행으로 최고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킬러 ‘조(조셉 고든 레빗)’의 앞에 새로운 타겟이 등장한다. 그는 바로 ‘레인메이커’에 의해 살해 당한 아내를 다시 살려내고자 과거로 돌아온 30년 후의 바로 자신(브루스 윌리스인)임을 알게 되는데…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순간, 피할 수 없는 시간 전쟁이 시작된다!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8331)

 

* 주의
줄거리까지만 보신 다 이 밑으로는 영화를 이미 보셨거나 앞으로 볼 생각이 없으신 분만 글을 읽어주세요.
100%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간 암살자 루퍼. 개봉 전에 영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좋아하는 소재라서 기다렸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느끼는 답답함과 스토리의 허술함에서 비롯된 엉성함이란.. 루퍼 리뷰를 검색해보니 칭찬 일색이더군요. 그렇게 대단한 영화인가 싶기도 하고. 조금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성향이 있어 그러리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루퍼에 대한 비판을 공감해 주실 분들이 없어 보여 한편으론 쓸쓸하기도 합니다. 어그로 끌자고 쓰는 글은 아니니 '나는 영화 루퍼가 너무나 좋다. 루퍼 까는 꼴은 도저히 못보겠다.' 싶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본격적으로 저의 취향에 맞춘 주관적인 리뷰를 시작합니다. 스토리에 들어가기에 앞서 영화는 근미래인 2044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30년 후인 2074년에 타임머신이 발명되고 2074년의 시대도 잠깐이나마 출현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미래시대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저의 첫 관심사는 그것입니다.

 

 

 

 


루퍼에서는 화려한 볼거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2044년 후에도 여전히 총기류를 사용하고 복장에서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넥타이 대신 요즘 유행하는 형광링을 착용하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형광링의 실체는 나오지 않죠. 말로 때우려는 이 부분에서 살짝 띠꺼워졌습니다. 주인공이 가지고 다니는 작은 칩류, 마우스 없이 동작하는 컴퓨터와 투명 모니터, 공중을 날아다니는 호버바이크(?) 정도가 등장하네요.

 

 


2044년에서 다시 30년 후의 미래 2074년도 잠깐 나오네요. 허공에 영상이 뜨는 텔레비전과 저렴한 디자인의 타임머신입니다. 어차피 루퍼에서 기대한 것은 영상미가 아니었기 때문에 뭐 그러려니 합니다. 오히려 근미래에서는 이정도로 발달한 과학이 적절해 보이기도 하고요. 미래를 다룬 다른 현란한 영화들에 비해서 꽤나 수수한 편입니다.

 


루퍼의 배경이 되는 2044년에서 30년 뒤의 미래 2074년에는 태깅(tagging : 꼬리표,개인감시의 의미)이 잘 되어있어 살인이 불가능합니다. 또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가능하지만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거대 조직에서 누군가를 살해하고자 할 때, 그 자를 과거로 보내서 대기하고 있던 과거의 인물이 살해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살인을 담당하는 자를을 루퍼(Looper)라 부르고, 이 루퍼들을 관리하는 자는 미래의 조직에서 보내진 사람입니다. 루퍼에게는 어마어마한 양의 돈을 지급받는 대신 30년의 삶만이 허락됩니다. 30년 후의 자신 역시 과거로 보내져 루퍼에게 살해당할 운명을 가지고 살아가죠.

영화는 루퍼인 주인공 '현재의 조'가 과거로 보내진 30년 후의 '미래의 조'를 살해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사건이 메인스토리입니다. 30년 후 미래에는 루퍼들을 살해하고 다니는 학살자 '레인메이커'라는 자가 나타나는데 아내를 살해당한 '미래의 조'는 과거의 어린 레인메이커를 찾아내 죽일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여행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과거로 온 자가 미래를 바꿀 수 있냐고? 과거를 바꾸면 미래에서 온 자는 어떻게 되냐고?
그딴 건 묻지말고 영화나 봐. 어차피 넌 설명해도 모를테니까. 시간여행 소재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타임 패러독스를 개무시합니다.

 


'미래의 조'가 '과거의 조'를 위기상황에서 구해주는 장면입니다. 정황상 '미래의 조'가 도와줬기 때문에 '과거의 조'가 살아남는 상황이죠. 하지만 최초에 '미래의 조'가 존재하기 전에 '과거의 조'는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가 의문이네요. '과거의 조'가 살아남아야 '미래의 조'가 존재하게 되는데, '미래의 조'의 존재 덕분에 살아남아 '미래의 조'가 존재하게 됩니다. 명백한 모순입니다.

'한가지 가능한 가설을 세워보자면, '과거의 조'는 자력으로 어찌저찌 해서 위기를 넘기고 '미래의 조'가 되었는데 그것을 기억한 '미래의 조'가 과거로 와 자신을 도와주고 그 시점부터 진행한 미래가 전혀 변하지 않고 루프(Loop)가 형성되었다' 정도로 보이네요. (영화를 계속 보면 이마저도 불가능한 설정이긴 하지만요.)



영화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시점에서 또하나의 우주가 형성된다는 기초의 평행우주론을 사용하지 않고 시간축만 다른, 하나의 연결된 세계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영화 '나비효과'에서와 같은데, 과거를 바꾸는 순간 미래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치는 '나비 효과'와는 달리 루퍼에서는 미래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과거의 조'가 총을 맞으면 '미래의 조'에게는 총맞은 상처가 생기고 그에 대한 기억이 생기는 정도입니다. 이것을 조합하면.. '미래의 조'가 과거로 와서 과거를 휘저어 놓았는데 30년 후의 미래는 완전히 똑같다 라는 결론이네요. 논리적으로 납득하기가 참 어려운 배경 설정이었습니다.
 

 

 

 


미래에서 루퍼들을 학살하던 '레인메이커'는 염력을 사용하는 초능력자였습니다. 약간의 볼거리를 제공하네요.

 


'미래의 조'가 '레인메이커'의 어머니를 살해하려는 순간 '과거의 조'는 미래를 보게 됩니다. 어머니를 살해당하고 혼자서 외롭게 살면서 루퍼에 대한 원한을 키워나가 결국 미래의 '레인메이커'가 되는 것이죠. 결국 '과거의 조'는 자기 자신을 쏴서 자살을 합니다. '과거의 조'가 죽는 순간 '미래의 조'도 사라집니다.

영화 루퍼는 이 장면 하나를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루퍼라는 흥미로운 직업, 자기 자신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 상황, 뻔하지 않은 충격적인 결말 이 정도의 아이디어만들 가지고 모순으로 가득찬 부실한 세계관을 만들어 낸 느낌이 아주 강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설정을 만들어 보고 싶네요. 본래 2044년부터 2074년까지의 30년동안의 루프를 만드는 것입니다.

 

'미래의 조'가 '레인메이커'의 어머니를 죽이고 '과거의 조'는 '미래의 조'를 죽입니다. '레인메이커'는 '과거의 조'가 봤던 미래처럼 혼자 도망쳐서 학살자가 되는 것이죠. '과거의 조'는 30년을 산 뒤 '미래의 조'가 되어 과거로 돌아와 아이를 죽이지 못하고 '과거의 조'에게 살해되는 루프가 형성됩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과거의 조'가 자살함으로써 이 루프를 끊는 것이죠.

하지만 '과거의 조'가 총을 맞으면서 없었던 상처가 생기는 것, 기억의 문제, 최초에 레인메이커가 어떻게 발생했는가 등으로 인해 이 설정도 불가능하죠. 그 문제들을 해결해서 위와 같이 시간의 고리 하나를 만들어 냈으면 영화가 좀 더 괜찮았을텐데.. 개인적으로는 답답함을 남기는 모순덩어리 영화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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